"사라진 개발자들" 리뷰

1il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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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하실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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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에니악 개발자 6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최초의 컴퓨터 탄생과 프로그래머의 역사를 풀고 있는 "사라진 개발자들"을 리뷰해 보려고 한다. 스포가 어느 정도 있다.

선택하게 된 계기

기술 서적을 읽다 보면 가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혹은 접해보지 못한 키워드를 만날때가 있다(e.g. 천공 카드). 그때마다 그 단어의 기원을 알아가는 것이 재밌었다.

이 책 또한 위의 흥미에서 시작되었다. "전자식 숫자 적분 및 계산기(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 ENIAC, 에니악)"이라니 정보처리기사 공부할 때 말고는 들어본 적도 없다. 거기에 최초의 개발자라니! 선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간단한 요약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포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무던히 노력했다. 땅의 상태나 온도, 바람의 세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최대한 정확한 사표(射表)를 만들고자 했다. 전시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사표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필라델피아의 탄도 연구소에서는 계산을 위한 컴퓨터(compute-er)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많은 남성들이 전장으로 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컴퓨터들은 수학과를 졸업한 여성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이후 에니악 6인이 될 여성들은 여기서 컴퓨터로써 만나게 된다.

한편 진공관의 가능성을 믿은 존과 프레스(에커트)는 에니악을 개발한다. 에니악의 실행을 위해선 배선을 옮기고 각각의 논리를 이어 나가야 했는데 그 과정을 에니악 6인이 진행해 나가게 된다. 여기의 논리들에는 이후 모든 프로그래밍에서 사용되는 if, loop 등이 있었다. 그녀들은 최초의 프로그래머로써 최초의 컴퓨터(당시)와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첫 인상

맨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때 나의 기대는 "에니악"을 중심으로 여성 개발자들의 활약상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책의 흐름은 나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갈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자는 어떤 여성이 컴퓨팅 분야에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관심을 가졌고 그 역사를 찾다 흑백 에니악 사진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성들을 알게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을 만들었다.

이는 조금 낭패였다. 나는 그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기술의 기원과 발전에만 흥미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초반 그녀들의 학창 시절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는 꽤 곤혹스러웠다.

그런데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서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는데 이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에 이르러서 나는 그녀들의 행방이 궁금해 검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

책의 중간중간에는 당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문장들이 있다.

  • 대공황 시대에 남성에게만 허용한 일자리가 2차 세계대전 동안 여성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 전자식 컴퓨터는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고 당시 주류 학계는 생각했다
  •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라디오를 이용해 각 가정에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외에도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진주만 습격부터 히로시마 원폭, 로스앨러모스 과학자와 폰 노이만 등 올스타들이 등장한다. 이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최근에 보았기 때문에 에니악이 수소 폭탄 폭파 장치의 계산을 도왔다는 이야기는 텔러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임팩트 있는 역사적인 사건들이 중간중간 나올 때마다 에니악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에니악 6인의 프로그래밍 여정 또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LOOPIF-THEN 구문을 활용하는 대목이나 ROM(read-only-memory)의 기원, 벤치 테스트 과정, 에니악 병렬 프로그래밍과 분할-정복법, breakpoint 등이 소개되었다. 그녀들이 성공적으로 에니악 로직을 작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에니악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탄도 연구소에서 90억의 투자를 했다는 점이나 이후 악삭박박의 탄생 여정 및 폰 노이만 형님의 설계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직접 프로그래밍에서 프로그래밍 내장식 컴퓨터가 되기까지 대학교에서 잠깐 들었던 내용들이 나오니 상당히 반가웠다.

맺으며

책의 한 문장을 뽑으라면 역시 나는 최초의 프로그래머를 선언하는 부분을 가져오고 싶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탄생했다. 문제를 가진 사람과 컴퓨터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여섯 여성은 현대 컴퓨터 분야 최초의 직업 프로그래머였다. -289p

우리는 영웅의 그림자에 가려진 또 다른 영웅들을 발굴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느꼈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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