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리모트 워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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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하실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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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제주 섭지코지

최근에 해외 리모트로 한 달간 발리를 갔다 왔다.

해외 리모트 소감을 쓰려던 중 작년 중순(2022.05) 제주도에서 보낸 한 달간의 리모트가 떠올랐다. 시간 순서대로 적어보고자 하여 기억을 더듬어 그때의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시작 계기

재택근무가 지속되던 어느날 회사에서 국내 리모트도 거주지의 확보만 된다면 가능하다고 공지가 나왔다.

평소 해외에서 근무해 보고 싶다고 생각을 자주 했었다. 마침 리모트도 되니 이번 기회에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이동해 워케이션을 해보면서 나는 워케이션이 잘 맞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바로 제주도가 떠올랐고 한 달 제주살이를 해보자 마음먹었다.

첫 일주일

start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싶었다. 고민하던 도중 성산일출봉 근처에 관광할 곳이 하나도 없는 지역 근처의 숙소를 구했다.

오죽했으면 근처에 카페도 거의 없어서 걸어서 20분 가야 했다. 9_-

성산일출봉이 어느 위치에서도 보였기 때문에 나침반 역할을 했다. 평소 서울에서 거의 벗어나질 않았기 때문에 어딜가도 바다와 대자연이 펼쳐진 제주도는 설레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주변을 더 자세히 보고자 많이 걸어 다녔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었다.


work

처참했던 근무환경

집을 벗어나 일하는게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큰 실수를 하나 저지르는데 바로 "책상"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숙소의 가격이나 주변 환경이나 인터넷 등은 확인했는데 책상은 여부만 확인하고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던 점이 큰 실수였다.

의자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책상에서 장시간 코딩은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갔다. 퇴근하고 나서는 아예 누워서 했다.

평소 모션데스크에 절여져 있어서 서서 코딩하는게 편했는데 집에 있는 책상이 너무 그리웠다.


landscape

green-tea-cave

하지만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제주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주위를 환기하는 과정은 워케이션을 후회하지 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카페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던 나는, 제주의 이색적인 카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여유롭게 책을 읽는게 상당히 좋았다.

제주에서 몇 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완성된 웹사이트로 배우는 HTML&CSS 웹 디자인 책 리뷰였다.

지금도 CSS가 어렵지만 이때는 정말 flex의 존재도 모를 때였기 때문에 CSS를 꼭 공부해 보고자 생각했었는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지금의 블로그의 토대를 만들고 두루뭉실했던 계획을 세분화하는 등 바쁘다며 미뤄뒀던 여러 작업들을 마칠 수 있었다.

벌써 마지막 주

fire mountain

당시에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고 느꼈다. 하루하루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느덧 마지막 주였던 기억이 난다.

중간에 배포가 있어서 야근을 엄청 하기도 했는데 당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개발을 조금 더 잘했으면 더 빨리 끝내고 편하게 쉬었을까? 물론 그랬겠지만, 여유가 있었다면 그 여유만큼 뭔가 더 일을 만들었을 것 같다. 서울에서는 스터디라던가 커피챗이라던가 다양한 활동/모임에 참여하느라 저녁의 여유를 잘 못 느꼈는데 여기에서 거의 반강제로 집에 있으면서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많이 바뀔 수 있었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다양한 답변이 속에서 나왔지만 결국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공부한다는 결론이 나왔었다. 정보 공유를 한다거나 가르쳐줄 때 큰 재미를 느꼈고 그 재미가 내 행동 기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회사에서만 보더라도 다양한 정보 혹은 개발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처럼 제주에서 나는 중간중간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이것이 제주에서 느꼈던 가장 좋았던 점이었다.

맨날 퇴근 후 다음 작업을 하느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삶의 방향을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pony

마무리

sunset-mount sunset-sea

워케이션 기간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하면서 주위를 환기하는 과정은 상당히 즐거웠다.
  • 나 자신과 스스로 마주할 수 있었기에 조금 더 자신을 알게 되었다.
  • 나는 "서울에서의 바쁜 일상을 즐겼다"는 결론을 가지게 되었다. 제주 생활도 좋았지만 "서울에 올라가면 꼭 ~ 해야지"라고 서울에서의 일정이 마구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워케이션은 한번씩의 환기 이벤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워케이션을 통해 평범했던 일상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워케이션을 선택할 것 같다.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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